1945년 11월 20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독일의 전쟁 지도자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기 위한 사상 최초의 군사 재판이 열렸다. 뉘른베르크는 나치 시대 전당 대회의 중심지였다. 1935년에는 유대인 말살을 위한 인종법 '뉘른베르크 법령'이 이곳에서 발표되었고 많은 유대인과 반나치 사형수가 처형당한 곳으로, 그동안 ‘나치의 고향’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이곳에서 열린 재판은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를 단죄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전범 재판 광경: 독일의 전쟁 지도자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기 위한 사상 최초의 군사 재판이 1945년 11월 20일부터 1946년 1948년 10월 1일까지 진행되었다.    

뉘른베르크에서 국제 군사 재판은 1945년 8월 8일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임시 정부 대표가 조인한 런던 협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협정에 의거하여 전쟁 범죄자를 재판할 수 있는 국제 군사 법원이 설치되었다. 재판소는 연합국 4국이 임명한 재판관 4명과 주임 검찰관 4명으로 소추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재판장은 영국인 판사 제프리 로렌스가 맡았고, 변호인은 모두 독일인이 맡았다. 당시 재판에 1급 나치 전범 헤르만 괴링 등 24명이 기소되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의 검찰관들은 피고인들의 죄를 크게 넷으로 분류하였다. 첫째는 반평화적 범죄를 위한 공모죄, 둘째는  침략 전쟁을 계획하고 실행한 죄, 셋째는 전쟁 범죄, 넷째는 반인륜적 범죄(유대인 학살)였다. 재판은 1946년 8월 31일까지 무려 403회에 걸쳐 개최되었다. 기소된 전범은 히틀러의 두뇌로 불렸던 헤르만 괴링과 루돌프 헤스, 요하힘 폰 리벤트롭, 빌헬름 카이텔, 알프레드 로젠베르크, 한스 프랑크, 빌헬름 프릭, 율리우스 슈트라이허, 알프레드 요들 등이었다..

판결은 1946년 9월 30일과 10월 1일 이틀에 걸쳐 내려졌다. 자살 또는 병사한 2명을 제외한 22명에 대한 판결은, 3명을 무죄, 19명을 유죄로 하고, 괴링 이하 12명에게 교수형, 헤스 이하 3명에게 종신형, 다른 4명에게 징역형을 부과하였다. 1946년 10월 16일 새벽 1시 10분, 외무 장관을 지낸 폰 리벤트롭을 시작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나치 정권의 2인자로 꼽히던 헤르만 괴팅은 처형 직전에 음독 자살하였다.

그 후 2차 재판은 1946년 12월부터 1949년 3월까지 있었고 유대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실시되었다. 당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시 논쟁이 된 부분은 사병 즉, 병사들과 하사관들의 경우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는데, 이들이 지은 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 것인가였다. 또 다른 논쟁으로는 전쟁 범죄에 대한 처벌 법규가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 범죄를 규정짓고 소급 적용하는 죄형법정주의가 문제되었다. 

이 재판은 국제 군사 재판의 모델이 되었으며 극동 국제 군사 재판(도쿄 재판)과 함께 침략 전쟁을 범죄로 규정하였다. 또한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그러나 당사국과 제3국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할 국제 재판소가 전승국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성되어 그곳에서 패전국 국적자들의 죄상을 논했다는 점에서 이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뉘른베르크는 나치 잔재 청산의 상징으로 2001년 유네스코 인권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