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6월 5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 6월 4일 오후 5시 2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호텔 신관 23층 특별실에서 우리나라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 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정상 회담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미·소 정상 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극비리에 진행되어 성사되었다. 이날의 회담은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및 등거리 외교 정책과 노태우 정부의 북방 외교 정책이 맞물린 산물이었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한-소 경제 협력 확대를 바탕으로 소련의 경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개혁·개방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사회주의권 특수를 통해 경제 침체를 극복하면서 한·소 수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조의 정착이 필요하였다.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1990. 6. 5.)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은 가까운 시일 안에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하고 연이어 남북 교차 승인 문제가 활발히 거론됨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철폐, 방북 인사 석방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후 같은 해 9월 30일 국제 연합 본부에서 열린 양국 간 외무 회담을 통해 대사급 외교 관계가 수립되었다.

이날의 회담은 한·소 수교는 물론 동북아시아 냉전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담을 통해 모스크바 선언, 국교 수립, 중국과의 국교 수립 등의 성과와 아울러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교역을 증대시킨 경제적인 측면의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대북관계 개선도 추진하여, 남북 기본 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유엔 동시 가입을 이루어 남북 관계도 안정되었다.